전원주택

정덕희의 힐링 하우스

헤이~쥬 2015. 1. 5. 23:09

정덕희의 힐링 하우스

곤지암 해룡산의 아름다운 숲 속. 길 끝자락에 그녀의 집이 있다. 정덕희의 집은 자연을 품고 있었다. 정덕희의 힐링법.
17년 꿈 이룬 자연에 지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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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가 주위를 감싸는 황토집. 장독대, 통창이 인상적인 명상 공간 소서선원…. 그녀의 집은 산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집에 들어선 순간 도심의 때가 빠지는 기분이다.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장소예요. 경쟁사회에 지친 사람들이 하루쯤 아무 생각 없이 쉬었다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집이죠.”

그녀가 손수 풀을 뽑고 담을 쌓아 만든 마인드 힐링센터 ‘품’이다. 자연과 1:1로 마주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공간,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공간이란 의미에서 ‘품’이라고 이름 지었다. 힐링센터는 큰방 3개, 작은 방 9개로 하루 30~40명이 이곳에서 쉴 수 있다. 그녀는 촌장이 돼 ‘덕희하고 나하고 1박 2일’ 등의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한다.

“여기는 휴대전화도 안 터지고 인터넷도 안 되고 TV도 없잖아요. 적절한 불편함이 있죠. 서로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웃음). 힐링은 누가 대신해주는 게 아니에요. 스스로 치유해야죠. 저와 이곳은 치유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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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칸의 방, 다실,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정원까지 하나같이 휴식과 평화를 느끼도록 꾸몄다.

규모도 작고 들어가는 비용 따지면 남는 건 거의 없다. 하지만 애당초 돈을 목적으로 한 곳은 아니라 개의치 않는다. ‘여자를 위한 힐링 공간을 만들겠다’던 17년 전의 꿈을 드디어 이뤘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지은 지 1년 됐는데,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문을 열었어요. 여기서도 바빠요. 하루에 4시간 자고 일해요. 전원생활은 노동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고 즐겨야 해요. 시골여자로 살며 집 주변의 풀 뽑고 텃밭 돌보고 산책하고…, 종일 일을 만들어요. 심심하지 않게 살죠. 바쁘게 살면, 몰두할 것이 있으면 잡념이 사라지고 우울증 같은 건 찾아오지 않아요.”

늘 몰두할 거리를 찾는 것, 정덕희가 사는 법이다. 일주일 내내 지방 곳곳을 누비며 행복을 설파하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바쁘지만 3년 전 한양대학교 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올해 졸업반으로 이미 실습까지 마쳤고 논문만 제출하면 학사 학위를 받는다. 2015년엔 석사 학위를 받겠다는 계획도 이미 세웠다. 그 나이에 그걸 해서 뭣하냐는 사람도 있지만, 무언가 할 거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오히려 정신이 복잡해져 삶이 힘들다는 게 살면서 배운 노하우다. 정덕희는 이를 요령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그녀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 또한 그간 치열하게 살고 숱하게 깨지며 배운 인생의 요령, 바로 긍정과 감사다. 험난했던 결혼생활, 학력 파문, 소송 등 최근까지 적지 않은 풍파를 겪었지만, 그때마다 이를 통해 이겨낼 수 있었다.

“1997년에 방송에 나와 껄껄거리는 저를 보면서 정신과전문의들이 ‘저 여자 속에 빈 것이 많구나’ 싶었대요. 웃음이 헛웃음이잖아요. 어차피 인생은 허망하고 고달프다. 하지만 웃고 살아야 한다. 그게 정덕희였죠.”

고통스러운 순간이 나를 돌아보는 좋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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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센터는 큰방 3개, 작은 방 9개로 하루 30~40명이 이곳에서 쉴 수 있다. 그녀는 촌장이 돼 ‘덕희하고 나하고 1박 2일’ 등의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한다.

그 웃음이 인생에 큰 도움이 됐다. 삶에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 정덕희는 고통의 순간이야말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라고 말한다.

“고통은 동반자죠. 삶에서 크게 깨져봤던 것도 감사해요. 그랬기에 좀더 성숙할 수 있었죠. 얻어터지고 나면 더 단단해지잖아요. 어려울 때마다 꺼내 읽어보는 편지가 있어요. 스무 살 때 ‘덕희야’ 하며 스스로에게 쓴 편지죠. 지금도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저에게 편지를 써요. 인생은 오직 ‘보이는 외면의 나’와 ‘숨어 있는 내면의 나’가 서로 위로하며 동행하는 것으로 생각해요.”

요즘 강의 주제도 발효 인생이다. 살면서 단맛만 보려 하지 말고 쓴맛, 신맛, 짠맛도 보며 인생을 발효시키라는 내용이다.

“나이가 든다고 다 초라해지는 건 아니에요. 잘 발효되면 젊은 여자들은 흉내 낼 수 없는 진한 향과 아름다움을 품게 돼요. 60의 정덕희는 20년 전보다는 훨씬 잘 발효됐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의 제 모습이 좋아요. 자신 있게 흰머리를 드러내며 다니는 이유죠.”

그런 의미에서 힐링센터 ‘품’은 자신을 돌아보는 공간이자, 행복 수다방이다. 편안하게 수다를 떨다보면 저절로 행복해지는 인생의 요령을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곤지암에서 삶의 치유자로 사는 정덕희는 남은 꿈 하나를 더 말한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정선에 있을 겁니다. 그곳에 어머니 마을을 만들어 어머니들에게 내놓고 죽을 겁니다. 이미 땅도 마련해뒀죠. 여자들이 무척 좋아할 만한 공간이에요.”